작년부터 신용카드를 거의 해지하고 체크카드 위주로 생활비를 관리했어요. 처음엔 연말정산 소득공제 때문에 시작했는데, 막상 1년을 써보니 생각보다 지출 관리에 확실한 변화가 생겼어요.
체크카드로 바꾼 이유
소득공제율이 두 배 차이 나는 게 결정적이었어요. 신용카드는 15%, 체크카드는 30%로 같은 금액을 써도 공제받는 액수가 달라요. 총급여의 25%를 초과한 금액부터 공제가 적용되는데, 이 부분을 체크카드로 채우면 연말정산 환급액이 늘어나요. 2025년까지 이 제도가 연장된 상태라 당분간은 이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어요.
예를 들어 연봉 4천만원이면 1천만원까지는 어떤 카드를 쓰든 공제가 안 돼요. 그 이후부터 공제가 시작되는데, 1천만원을 초과해서 1천만원을 더 썼다고 가정하면 신용카드로만 쓸 경우 150만원 공제, 체크카드로만 쓸 경우 300만원 공제예요. 실제 환급액으로 따지면 몇십만원 차이가 나요.
실제로 달라진 점
계좌 잔액 내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이 생각보다 강력했어요. 신용카드 쓸 땐 한도만 있으면 결제가 되니까 무의식중에 씀씀이가 커졌는데, 체크카드는 통장에 돈이 없으면 결제 자체가 안 돼요. 이게 과소비를 막는 장치로 작용했어요.
생활비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매월 고정 금액만 넣고 그 계좌에 체크카드를 연결했어요. 월급통장과 분리하니까 예산 관리가 훨씬 명확해졌어요. 통장 잔액이 줄어드는 게 실시간으로 보이니까 소비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어요.
2024년 기준으로 체크카드 사용이 전년 대비 5%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어요. 경기 불황으로 욜로족에서 요노족으로 소비 패턴이 바뀐 영향이에요. 요노는 You Only Need One의 약자로,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한다는 뜻이에요. 실제로 주변에서도 체크카드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.
불편했던 부분
할부가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제약이었어요. 큰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해야 하니까 가전제품이나 가구 같은 걸 살 때 부담스러웠어요. 이럴 때만 남겨둔 신용카드 한 장을 썼어요.
해외 결제할 때도 가끔 막히는 경우가 있었어요. 결제망 점검 시간이나 시스템 오류로 일시적으로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, 해외여행 갈 때는 신용카드를 같이 챙겨야 했어요.
급하게 큰 돈을 써야 할 때 계좌에 잔액이 부족하면 당황스러워요. 신용카드였으면 한도 내에서 일단 쓰고 나중에 해결할 텐데, 체크카드는 그게 안 되니까요. 비상금 통장을 별도로 만들어두는 게 필요했어요.
신용점수는 어떻게 됐나
체크카드만 쓰면 신용점수가 떨어질 거라는 걱정이 있었어요. 실제로 체크카드는 신용 거래가 아니라서 신용점수 향상에는 제한적이에요. 하지만 월 30만원 이상, 6개월 이상 꾸준히 사용하면 최대 40점까지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어요.
저는 공과금이랑 통신비 같은 고정비만 신용카드로 자동결제 해두고, 나머지는 전부 체크카드로 썼어요. 소액이라도 신용카드를 꾸준히 쓰면서 연체 없이 납부하는 게 신용점수 관리에 중요하거든요. 1년 동안 이렇게 관리했더니 신용점수는 오히려 소폭 올랐어요.
적절한 활용 방법
총급여의 25%까지는 신용카드로 채우고, 그 이후부터 체크카드를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이에요. 25%까지는 어차피 공제가 안 되니까 혜택 많은 신용카드를 쓰는 게 유리해요.
매월 월급의 4분의 1 정도를 신용카드로 쓰고 나머지는 체크카드로 관리했어요. 국세청이 소득공제 계산할 때 결제 순서와 관계없이 신용카드 사용액부터 우선 차감하거든요. 그래서 굳이 순서를 신경 쓸 필요는 없었어요.
카드사 혜택은 신용카드가 훨씬 좋아요. 포인트 적립, 할인, 캐시백 같은 게 체크카드보다 많아요. 그래서 공제 대상이 아닌 항목은 신용카드로 결제했어요. 세금, 공과금, 통신비, 보험료 같은 건 소득공제가 안 되니까 혜택 좋은 신용카드를 활용하는 게 맞아요.
1년 써본 결론
체크카드 위주로 바꾸고 나서 월평균 지출이 20만원 정도 줄었어요. 실시간으로 잔액이 줄어드는 게 보이니까 소비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어요. 연말정산 환급액도 전년 대비 30만원 더 받았어요.
다만 완전히 체크카드만 쓰는 건 비효율적이에요. 신용카드를 적절히 섞어 쓰는 게 혜택 면에서나 신용 관리 면에서나 더 나아요. 저는 고정비는 신용카드, 변동비는 체크카드로 분리해서 관리하는 방식이 가장 잘 맞았어요.
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단순했어요.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해요. 소득공제율 차이를 활용하고, 통장을 쪼개서 예산을 정하고, 지출 내역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었어요.
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, 체크카드는 과소비를 막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예요. 조건이 맞는다면 시도해볼 만해요.